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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대선을 앞두고 각 진영의 언행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시민 작가의 발언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씨를 두고 한 일련의 발언이 ‘여성·노동자 비하’라는 비판에 직면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후 유시민 작가가 직접 입장을 밝히며 “표현이 거칠었던 잘못은 인정하지만, 여성이나 노동자를 비하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발언은 과연 단순한 ‘실언’이었을까요, 아니면 정치적 목적이 깔린 문제 발언이었을까요? 그리고 같은 시기 비판받은 이준석 후보의 발언과는 무엇이 다를까요?
표현의 부적절성과
맥락의 오해
논란은 유시민 작가가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설난영 씨의 언행에 대해 “제정신이 아니다”, “그 인생에서는 갈 수 없는 자리”라고 언급한 데서 시작됐습니다. 이 표현만 놓고 보면 계급주의적, 성차별적 비하로 읽힐 소지가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유시민은 이후 유튜브 ‘알릴레오’ 방송에서 직접 해명하며 발언의 맥락을 정리했습니다. 그는 “표현이 거칠었던 건 제 잘못”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본질은 “설 씨가 이성적·합목적적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특히 다음과 같이 덧붙였습니다.
- “설 씨의 언행은 남편의 선거 승률을 오히려 깎는 행위였다.”
- “노조를 비하하고, 경쟁 후보자의 배우자를 비방하는 행위는 선거 전략상 이성적인 판단으로 보기 어렵다.”
- “이런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표현이 과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것이 여성이나 노동자 일반을 비하한 것은 아니다.”
즉, 유 작가는 설난영이라는 개인의 정치적 태도와 그 배경을 분석한 것이지, 특정 집단 전체에 대한 혐오나 멸시 의도를 담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관계 분석이냐
계급주의적 비하냐
유시민이 강조한 논점은 ‘설난영 씨와 김문수 후보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 정치적 태도’였습니다. 그는 “설 씨가 남편을 존경하고, 오랜 세월 헌신해온 삶이 정치적 비판에서 거리두기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해석했습니다. 이는 배우자로서의 감정적 유대가 강할수록 이성적 판단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정치심리학적 관찰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분석이 “그 자리는 그녀의 인생에서 갈 수 없는 자리”와 같은 표현으로 전달되면서, 설 씨의 정체성 자체를 폄훼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이 발언은 여성계뿐 아니라 진보 진영 내부에서도 반발을 일으켰고,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한국여성의전화 등은 “기괴한 학벌주의” “노동자 혐오”라며 날을 세웠습니다.
이러한 반응은 유 작가의 발언이 단지 개인을 향한 평가를 넘어, 사회 구조적 열등함을 전제하고 있다고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시민은 “설 씨를 그렇게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설명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일반화를 경계했습니다.
이준석 발언과의 차이
대상화의 방식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유 작가의 발언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정치적 정당성을 박탈하려는 계급주의적 발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이 발언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이준석 자신이 최근 논란이 된 ‘젓가락 발언’과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이준석의 발언은 직접적인 성적 대상화이자 공적 논의에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점에서 명확한 비판의 대상이 되었으며, 실제로 법적 고발도 진행 중입니다.
반면 유시민의 발언은 과격하고 불필요한 비유를 포함하고 있었지만, 개인의 태도와 관계 맥락에 대한 심리적 해석이 중심이었습니다. 물론 표현의 부적절성은 지적받아야 마땅하지만, 두 발언의 본질적 성격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사과와 해명의 한계
그리고 정치 언어의 품격
이번 논란에서 중요한 점은, 유시민이 단순히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표현의 거칠음을 인정했고, 보다 정확하고 점잖은 언어를 쓰지 못한 점을 반성했습니다.
이와 같은 태도는 공적 언어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감과 맞닿아 있습니다. 다만 해명이 충분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릴 수 있습니다.
- 일부는 “진심 어린 반성과 전향적 태도”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 또 다른 시각에서는 “결과적으로 상처를 준 언어에 대한 감수성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비판할 수도 있습니다.
정치적 프레임에서
벗어난 시선이 필요
유시민 작가는 이번 논란을 통해 공적 언어의 무게를 다시 체감했을 것입니다. 그의 말처럼, 보다 점잖고 정제된 표현이었더라면 불필요한 상처를 주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의도까지 악의적으로 왜곡하거나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또 다른 문제로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설난영 씨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노동자·여성을 비하하려 한 것이 아니라, 선거판에서 보이는 태도와 판단에 대한 해석을 시도한 것입니다. 정치적 다양성과 의견 표현의 자유는 때로 불편할 수 있지만, 그것이 곧 금기의 선을 넘는 것은 아닙니다.
정치는 결국 말로 이뤄지는 세계입니다. 그러나 그 말이 때로 공격의 도구로만 쓰이는 현실에서, 누가 말했는가보다 무엇을 말했는가에 주목하는 태도가 더 필요한 시점입니다.